아무래도 어머니께서 쉽게 마음을 풀지 않으실 것 같아요. 홧김이라지만 이혼까지 말하셨을 때에는 그만큼 섭섭한 게 많으시다는 뜻이겠죠. 두 분을 화해시키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요.

아, 혹시 이런 건 어떨까요? 두 분의 추억을 되새기는 거예요. 연애시절 풋풋했던 감정을 떠올리면 어머니의 얼어붙었던 마음도 녹아내릴 게 분명해요! 그러니 두 분의 추억의 물건들을 구해다 주시지 않겠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금빛의 해안가에서 사랑을 키웠다고 들었어요. 야자수 열매를 먹고, 예쁜 조개를 주우면서요. 그러니 야자수 열매와 보라조개 껍데기를 8개씩 구해서 어머니께 전해드리면, 뭔가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우리 가족 일로 너무 귀찮게 해드렸나 보네요. 제 부모님의 문제이니 저 혼자 해결해보도록 할게요.

더 할 얘기가 뭐가 있겠어요. 이미 내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걸요.

혹시 이 물건들이 기억나세요?
 

이건…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이네요. 우리가 처음 만난 것도 떨어지는 야자수 열매를 맞고 기절한 남편을 치료해주면서랍니다. 호호, 그때는 그 모습까지도 멋있어 보였으니 제 눈에 콩깍지가 씌워도 단단히 씐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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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번에도 제가 못 이기는 척 넘어가야겠네요. 그래도 선물이라도 보낸 게 어딘가요. 이렇게 단단히 혼이 났으니 다음에는 좀 더 성의를 보이겠지요. 오늘 저녁은 그이가 좋아하는 매콤한 버섯볶음을 만들어야겠어요.

금방이라도 헤어질 것처럼 굴다가 갑자기 이러니 당황스럽지요? 호호, 원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인 법이랍니다.

이번 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요. 남편과 헤어지겠어요.

야자수 열매와 보라조개 껍데기를 8개씩 구해서 어머니께 전해드리면 마음이 풀리실 지도 몰라요.